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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적법 내세운 개발’ 무사통과 막을 방안 마련해야 [경관, 부산의 경쟁력]

부산 관광 크루즈 시대를 맞이하면 바다 밖에서도 부산을 바라보는 시대가 온다. 해안가 경관이 안팎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기대 아파트 사례에서 보듯 “법적 하자가 없으면 허가해 줄 수밖에 없다” 식의 소극 행정으로는 앞으로도 부산의 경관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난개발로부터 경관 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이기대 아파트 주택 심의에서는 ‘경관’은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부산시가 정한 중점경관관리구역에 ‘해운대일원’ ‘광안리일원’ 같은 주요 축은 있지만 이들 수변 끝단은 포함돼 있지 않고, 경관 심의 근거가 되는 조례조차 해석하기 나름으로 경관 사유화를 막을 장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강동진 교수는 “법이 허술하고 맹점이 많지만 이를 핑계로 경관 자원을 포기한다는 건 지자체의 직무 유기”라면서 “경관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닌, 지역이 가진 문화와 역사의 결과물인 만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지역 자산이다. 지금이라도 경관 보존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앞으로 크루즈 시대가 열려 거꾸로 바다에서 내륙을 보며 부산을 이해하는 시대가 온다”면서 “멀리 내다 보고 해안선 경관을 안팎으로 가리는 건설 행위는 지양하도록 하는 절제가 앞으로 부산의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김지현 특임교수는 “부산 경관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초고층 빌딩이 주거로 사유화되기보다는 다중이용시설이 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가져야 하며, 해안가에서 최소 50~200m는 오픈 스페이스가 될 수 있도록 비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이 공간에 건축이 가능하려면 용도와 높이, 디자인, 배치 등에 대한 엄격한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부산의 워터프론트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경관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갈맷길의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는 구간에 더해 다른 구간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한다면 축제, 마라톤 등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얼마 남지 않은 해안가인 북항 재개발 구역, 이기대 등 개발이 진행되거나 개발 압력이 높은 곳에 대해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워터프론트 경관(해안 경관) 특별관리구역으로 묶는 등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관에 관한 결정을 일부 소수 전문가나 행정에 맡겨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시민 집단지성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소수에게 결정 부담이 지워지면 행정소송 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없다면” 식의 소극적 행정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최근 이기대 아파트와 구덕운동장 재개발 무산 사례에서 보듯 경관에 대한 시민 인식과 참여가 높아졌다”면서 “결국 좋은 경관이든 나쁜 경관이든 누리거나 피해를 입는 건 시민들인 만큼,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타운홀미팅을 하거나 경관 배심원제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산 헤리티지 재단, 이기대 헤리티지 재단 같은 경관 자원을 지켜낼 민간 기구, 또는 민관 합동기구를 아이디어로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일례로, 130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의 경우 회원이 2000만 명에 이르며, 연간 68억 파운드(한화 11조 9880억 원) 이상의 회비 등 수입이 들어온다. 그동안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는 영국의 미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토지와 건물들을 사들여 오다 이후로는 보존할 가치가 높은 해안선도 사 모았다. 이들이 지금껏 사 모은 토지는 약 2500k㎡, 건물과 기념물, 공원 등은 500개 이상, 해안선은 780마일(약 1260km)에 이른다.

경관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경관자원 조사를 5년 단위 경관기본계획 용역에 포함시킬 게 아니라 따로 떼어내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꼭 지켜내야 할 부산의 경관 자산이 무엇인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기후 소송 승소 사례에서 보듯 미래세대가 자연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기성세대 책임을 물을 시기도 머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yourfoot@busan.com)
김준현 기자(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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