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이른 아침부터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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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야기
어렸을 적엔 이른 아침부터 아버지와 초가집 이영을 엮고,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쯤 남의 집 논이나 밭에 일을 하러 갔다. 오늘은 영식이네 밭, 내일은 순자네 밭.
일거리가 있으면 어김없이 나갔다.
8살 나이에 삯으로 받아오는 것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그냥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이곳저곳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 학교도 못 다니는 내가 퍽이나 불쌍해 보였는지 동네 아주머니들은 삯을 핑계 삼아 어떤 날은 계란을 어떤 날은 라면땅이나 고기 쪽을 주시면서 멍청하게 형들한테 들켜서 빼앗기지 말고 혼자 먹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음식을 천에 싸서 주셨다. 찐 감자를 받는 날에는 마을 냇가 풀 숲에서 쪼글 쳐 앉아 감자 세알을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마을의 소일거리를 도와주고 해가 숨을 때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마당에서 도리깨로 콩 타작을 하고 계셨고, 흙 범벅이 된 나를 보곤 풀에 베인 상처가 가득한 거친 손으로 내 몸을 털어주시곤 하였다.
무심한 눈인지 애정 어린 눈인지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평상에 밥을 차려놨으니 먹으라는 말씀과 함께 다시 콩 타작을 하시던 나의 어머니.
식은 밥과 짠지 몇 조각을 올려놓은 밥상이 그때는 왜 그리 좋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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