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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치동 이야기 1] ㅎㅅ 수학 📕

요즘 초등 수학은 크게 ㅎㅅ와 ㅎㅅ 서브, 그리고 기타 등으로 나뉜다.
ㅎㅅ는 초등 수학 HAKWON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학원은 영어로 HAKWON 이다. 학원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ㅎㅅ에 다니는 동안 ㅎㅅ가 이렇게 대단한 곳인지를 알지 못했다.
ㅎㅅ를 그만두고 나서야, ㅎㅅ의 명성을 알게 되었다.

소위 ‘ㅎㅅ고시’라 불리는 ㅎㅅ 신입학 시험에는 수천 명의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이 응시한다.
대치동과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이 시험을 치를 것이다.
ㅎㅅ 교재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비싼 가격에 올라오고, 그 책을 서로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ㅎ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이런 ㅎㅅ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개념 수업 없이 바로 심화 문제부터 가르치는 수업 방식이다.
ㅎㅅ는 개념 선행이 안 된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도록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가르친다.
그래서 ㅎㅅ에 다니는 아이들은 ㅎㅅ 수업 진도보다 빨리, 최대한 빠르게 개념 선행을 끝내야 한다.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보통 과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ㅎㅅ에서는 개념 수업이 충분하다고 말하며 과외를 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개념 수업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방정식을 처음 배울 때면, 쉬운 연산 문제집조차 비가 쏟아진다.
그런데, 처음부터 ㅂㄹㄹㅂ 같은 어려운 문제집을 푸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ㅂㄹㄹㅂ 개발에 참여했을 때, ㅂㄹㄹㅂ은 개념서, 연산 문제집, 유형서 등을 모두 끝내고 나서야 푸는 문제집으로, 기획 단계부터 포지션을 정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기획할 때는 내가 없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 ㅂㄹㅂㅅ는 내가 함께 하기엔 너무 먼 과거다.)
애초에 공부가 어느 정도, 엄밀히는 상당히 끝나야 풀 수 있게끔 만든 문제집이다.
그런데 ㅂㄹㄹㅂ 보다 어려운 ㅎㅅ 교재를, 압축하고 또 압축한 짧은 개념 수업만 살짝 듣고 한 번에 풀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ㅎㅅ 선생님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수업에서 가르쳐주는 개념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과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아마, ㅎㅅ 선생님이 다른 서브 수업을 들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필요 없다고 했을 것이다.
수백의 학생 중에 독학으로 따라갈 수 있는 아이들이 1명 이상이라도 있으니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또, 서브 과외가 필요하다 말하면 엄마들은 추천해달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시 ㅎㅅ에 로비를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갖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없어도 될 문제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ㅎㅅ의 독특한 수업 방식 중 하나는 중등 과정을 1학기와 2학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형' 진도 방식이다.
이는 중학교 1학년 첫 수업을 하기 전까지, 적어도 1학년 1학기 전범위와 2학기 첫 단원을 모두 끝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실은, ㅎㅅ에서 초등 과정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는 안된다.
이를 미리 알고 준비해야 중등 수업을 문제 없이 따라갈 수 있다.

ㅎㅅ는 사실 중등 심화를 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엄마들이 ㅎㅅ에서 중등 심화를 배우게 하려는 이유는,
ㅎㅅ에서 중등 심화를 마치면 더 이상 중등 과정을 공부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학교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곳곳에 뚫린 구멍 때문에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지 알기에, 그토록 ㅎㅅ에서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내신 시험 준비로 선행에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사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이전과 비슷한데,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사교욱비가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를 역전하고 있다.

아무리 대치동에서 날고 긴다 하는 선생님도, 인강보다 잘 가르치기란 어렵다.
애초에 인강보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면 그 인강을 찍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강은 싸다.
패스 상품이라도 활용한다 치면, 한 달 사교육비가 월에 2만원 남짓 나온다. 많이 잡는다 쳐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주요 3사의 패스 상품을 모두 구매한다 할지라도, 수업료는 20만원을 넘을 수가 없다.
(자사고를 비롯한 특목고, 비평준화 일반고, 학군지 일반고 같은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 다닌다면, 내신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인강을 통해 사교육비는 수직 낙하 운동을 한다.
뿐만 아니라, 고등은 EBS가 있다.
싸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없다.
초등과 중등도 EBS가 있지 않느냐 할 수 있겠지만,
초등과 중등 EBS는 평범한 학원 보다 질이 떨어진다.
교재도 좋지 않다.
이 글과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EBS 초·중등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물론, 대치동은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애초에 초·등을 위한 인강 자체가 별로 없다.
설사 그런 인강이 존재한다고 해도, 초등학생들의 집중력으로는 인강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아이가 ㅎㅅ에 다니고 있으면 ㅎㅅ에서 중학교 과정을 병렬로 나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은 유급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개념서에 유형서, ㅂㄹㄹㅂ까지 다 풀었다고 해도, 2학년 2학기 닮음과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유급하지 않고 한 번에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ㅎㅅ에서 유급은 단 한 번만 허용되므로, 1학년 때 유급하게 되면 ㅎㅅ에서 중학교 과정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ㅎㅅ에서 떨어져 다른 학원을 다니게 되면, 그때부터 구멍을 메꾸기 위해 2학년 1학기 부등식으로 돌아갔다, 1학년 1학기 일차방정식으로 돌아갔다, 정비례와 반비례로 가기도 하며, 구멍을 찾아 앞으로, 뒤로 수도 없이 돌아가, 한 번 공부 한 것을 또 공부 해야 된다.
시간도 돈도 배로 들어간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이유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상태로 공부하면, 하면 할수록 결승점에서 멀어지게 된다.
나쁜 선생님께 배우면, 공부를 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잘못 그린 도화지 보다 백지 상태가 낫다는 말이 있다.
잘못 그린 도화지는 지우기 부터 해야 하는데.
백지는 바로 그리기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병렬형 진도가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소화하기 벅찰 뿐만 아니라, 직렬형 진도보다 더 뛰어난 교육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프라임 반의 아이들에게는 직렬형 진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프라임 실력의 아이들이 병렬형 진도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ㅎㅅ가 왜 병렬형 진도를 택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나는 ㅎㅅ 수학 대표님의 큰 뜻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할 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엄마를 만나기도 한다.
어떤 HAKWON에서 ㅎㅅ 모의고사를 봤는데, 점수는 몇 점이고, 어떤 반에 합격할 수 있다 했다. (유튜버나 오픈채팅방에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 반을 목표로 준비 해달라.

ㅎㅅ에서 입학 시험지를 직접 채점했던 나조차도,
예상 되는 반은 고사하고 합격 여부조차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하물며, 시험지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걸 알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릴까?
차라리 무당을 찾아가 합격 여부를 묻는게 더 낫지 않을까?
연진이네 무당 보니 제법 신통방통하던데.

ㅎㅅ에 있던 선생님들이 가장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니다.
당연히 그보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실 거다
하지만 ㅎㅅ 시험 준비는 잘 가르치는 것을 떠나 시험지를 본 선생님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무슨 문제가 나오는지는 알아야 시험 준비를 하던가 말던가 하지.
시험 범위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그들에게 시험 준비를 부탁하는 엄마들은 어떤 사람일까?

이젠 대치동 사람들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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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6

O9A45DF6CG1I
아줌마수학쌤
강남구 삼성동

그저 ㅎㅅ 다닌다는 것이 대단한 심화를 하는 것마냥.. 서브 과외까지 붙여가며 무얼위해 그렇게 구멍 메꾸고 또 뚫린구멍 메꾸고 유지하는 건지.. 십수년동안 변함없는 기이한 상황..

좋은 줄 알았던 여러번 스스로 풀어보게 하는 그 시스템이.. 알려주는 것없이 그냥 계속 풀어보게 하는 것도 기이하고..
풀이과정을 다 지우고 답만 쓰게 하는 것도.. 그 많은 숙제를 풀이없이 답만 체크하는 시스템도….
(요즘은 좀 바뀌었을까요?)

그냥 다.. 기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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