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야기는 십여년전 암 말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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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안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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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두번째사랑

이이야기는 십여년전 암 말기 서울 동생네서 지내시던 어머니를 잠시나마 제가 모셔와 치매 초기였던 어머니와 맑은 정신이 돌아올때 나눈 실재있었던 얘기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될수있기에 미리 알려둡니다

그날도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침일과를 시작했다
기저귀 갈아드리기 씻겨드리기 식사 챙겨드리기
물끄러미 쳐다보시며 건내는 첫멘트
누구시라요 누군디 나를 이리 챙겨 쌌소?
울엄만 전 라도 영암고향 수십년 서울 살이 말투는 영암ㅋ
나 엄마 둘째 딸 싸납쟁이 ㅎ
오메 천사 같은디 우리딸은 없는디

맞는디
아니랑게

주로 이런식의 대화가 일상 이었는데 봄이었던가 헷살이 좋던 오늘같던날 힘겹게 옥상으로 올라와 의자를 올려와 앉혀드렸다
하늘과 가까이 있는 산을 쳐다보던 어머니 갑작스래 하시는 말씀
지비가 내딸 맞소?
네 맞다니까 요
그람 내말 쪼깐 들어볼라요
네네 하셔요

이렇게 시작된 내 어머니의 은밀한 사랑 얘기는 이렇게 시작 되었다

그것이 말이요

엄마는 50대 초반 아빠가돌아가신후 열여덟에 시집와 아홉남매를 낳았는데 아버지 돌아가신후 서울 입성때 남은 자식은 일곱
암튼 고생 고생 하시고 조금살만 한 연세가 거의 80 세
고달픈 가운데서도 늘 유쾌 하시고 예쁜옷 아기자기한 악세사리 착용을 좋아하신 엄마는 어딜가나 인기였고 눈에 띄이셨다
그날도 예쁜 꽃무늬 원피스에 브러치는 기본 빨간 니트모자를 쓰고젊은이들의 거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익명 가수들이 노래하는 맨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으셨는데
바로 옆에 멋진 신사분이 하얀 양복에 멋진 모자까지 쓰고 앉으시더라는것

어디서 오셨다요
로 시작된 두분은 요일 날자 시간 정해서 그곳 그자리에서 만나셨다는데
바로위가 집이셨던 어머니 는
집나서기 직전 김치전이며 부추전 을 식지않게 포장 하고 둘이 딱 한잔씩할수 있는작은병에 소주를담아 가져가셔서 알콩달콩 가수들 노래도 들으시며 사랑을 이어가셨더라는것
즐겁게 노래도 따라 하셨게죠?
참고로 흥도 많고 춤도 잘추시고 뭐든 신나는건 다잘 하시는분 우리 어머니

근디 말이다 어느날부터 안
나와 불드라

다음주도 다 다음주도 부침개와 작은소주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나가서 해가 저물도록 기다렸 것만 그림자도 안보이더라는것
아야 나이가 많으니 죽었쓰끄나 아니것제 나보다는 서너살
적든디 아그들이 못나가게 했쓰끄나 워째 그랬쓰끄나
할매도 돌아가시고 안계시다
했는디

하늘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두눈은 그렁 그렁 눈물로 꽉차 주루룩 흘러 내리고 있었다
엄마 그어르신 어디가 그리 좋았는데?
나는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마디 했지만 엄마의 눈은 허공 에 머문체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한마디 모르겠다 그냥
좋더라
느그 아부지 말고는 흑~언 (하안) 옷이 그로콤 잘받는 양반은 첨 봤쓰야
얌전 허고 말수도 적고 할머니 안허고 내이름을 불러 줬으야
문 태임씨 허고 니 아버지도 한번 안불러준 이름인디
그런 양반 어디 있다냐 첨이었제

근디 당신은 누구요 워메 여기 어디랑가? 옥상인디 힘들게 여그를 어떠크롬 델꼬 올라 왔당가 워매 으째야 쓰까잉

어느세 어머니는 현실로 돌아와 계셨고 나는 괜찮당께 잘 내려 갈수 있당께 내이름 싸납 쟁인디 요까이꺼 잘 내려 갈수있지라우 뼈만 남은 어깨를쓰다듬으며 소리 날려는 내입을 틀어 막으며 속으로 꺼이 꺼이 울음을 삼켰다ㆍ

아픈 내 어머니는 아흔 두살 까지 사시고 꽃이 한창이던 어버이날 내 옆에서 조용히 하늘나라 에 편히 잠드시고
지금은 어버지곁 우리가족 묘에 여러 선조들 과 같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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