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긴 글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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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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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효자동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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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전주대 구정문 길고양이 이야기

* 아주 긴 글이 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분량을 예상하시든 그보다 길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싫어하시는 분이나 관심 없으신 분,
긴 글을 싫어하시는 분은 비독이 권장됩니다.
그럼에도 동네생활 게시판에 작성하는 이유는
의외로 궁금해하는 분들이 꽤나 있어서 그렇습니다.

- 1개월 전에 우연히 길고양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주대 구정문 세븐일레븐과 CU 근처에서 살았고
앞다리 극심한 부상과 뒷다리 소소한 상처로
넷 중에 온전히 성한 다리는 하나뿐이었던 아이.

- 개인적으로 고양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길고양이는 더욱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친 부위가 너무 처참한 걸 봤고
그 아이가 눈에 밟혀서 안절부절못하는 분들을 봤고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서 구조했습니다.
(제가 마침 당시에 집이 도보 1분 거리에 있었고
소소하게 돈도 몇 푼 있어서 그랬습니다.)

- 뒷감당 생각하지 않고 구조해 놨더니
모든 것이 너무나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단골 카페 사장님과 캣맘분들 연대의 도움,
그리고 프렌즈동물병원의 지원 케어를 통해서
많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 및 입원했습니다.

- 그때 구조했던 후기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시고 후원 희망하는 분도 계셨고
인터뷰 요청도 왔지만 제가 아무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관심을 원한 것도 대가를 원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 직업 특성상 연락처가 노출되어 있어서 아셨나 본데
이 고양이 관련 사안으로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 수많은 전주대 학생분들이 지나가는 길에
만져 주고 사랑을 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다른 스트릿 출신들처럼 주워 먹고 살지 않고
원래 밥이랑 물이랑 간식이랑 챙겨주던 분도 계셨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분의 의견도 들어 보고 싶었고
만약 누군가 주목받아야 한다면 그건 제가 아니라
그분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그 후기에 게시했던 사진이
[짐승의 사체나 끔찍한 상처 등으로
불쾌감을 주거나 심한 거부감을 조성하는 경우]
에 해당되어서 당근마켓 정책에 저촉되는 것 때문에
신고도 많이 들어갔고 해명도 많이 했습니다.
글이 노출되는 것도 몇 차례 좀 꺾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모든 댓글에 답장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별도의 계정 제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만.

- 병원에서 1개월 간의 치료와 회복 기간을 거쳤고
입양 희망하시는 분이 나타날 뻔했지만
타이밍이 살짝 아쉽게 되었습니다.
당분간은 신시가지 카페 <오늘나의선물> 에서
기존의 강아지 고양이 식구들과 함께 지내게 됐고
어제부터 카페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이름은 ‘복댕이’가 되었습니다.
당시 응급 진료 때문에 방문했던 병원에서
아무리 길고양이라도 이름이 없으면 접수가 불가능했고,
복 많이 받고 누리고 살라는 마음을 담은 의미로
카페 사장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전주대에서 예쁨 받던 시절에 캠퍼스 학생분들이
세상을 정의롭게 하라는 마음을 담아서
세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사실은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 수컷입니다.
구조 당시에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았고
최근에 중성화 완료되었습니다.
확실하지 않겠지만 대략 4살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몸무게는 구조 시점 기준 5.1kg 입니다.
다리는 현재는 최선의 상태로 잘 치료되었지만
맹견에게 물렸던(것으로 추청되는) 상처는
일부 남아 있으며 어느 정도 자국은 평생 갈 겁니다.
관절은 건강한데 다리를 조심히 다루려고 하는 중이어서
높은 곳으로 점프를 하거나 착지하는 건 자제시킵니다.

**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으며
사교적이고 친화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카페에서 빠르게 적응을 마친 편입니다.
말도 많고 애교도 많고 밥도 와구와구 잘 먹고
전주대 학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었던 덕분에
사람과 교감하고 사람을 통해서 사랑받는다는
익숙한 감수성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다행히도.

** 저는 반려인이 아니기 때문에
태어나서 동물병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 봤고,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검색해서 처음 방문했던
중화산동의 그 병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성향의 사람인데도 상당히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 느낀 점을 함부로 공유할 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두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앞으로도 해당 병원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 없을 겁니다.

** 프렌즈동물병원도 악평으로 도배된 후기 많습니다.
그 또한 그분들이 받아들이셨던 나름의 근거가 있으며
다소 오해나 과장이 있더라도 팩트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무엇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을
쉽게 끝내버리고 싶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제가 만나고 대화를 나눴던 그날 그 순간의
프렌즈 원장님은 나쁘지 않은 분이셨고
다양한 사람들 때문에 고충이 많은 상황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이셨습니다.
병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남겨 주시는 건 괜찮은데
댓글로 이런 저런 비난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 당초 계획은 수술 이후에 다시 길고양이로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자연과 생태계의 이치에 부합한다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다리가 100% 회복되기 어렵고
그대로 살아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길래
이렇게 죽는 건 일단 막아야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

** 고양이를 비롯한 길짐승들에게 관심 있는 분들,
오늘나의선물 카페 사장님을 좋아하는 분들,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분들,
복댕이를 아끼고 지난날 애정을 주셨던 모든 분들,
새해에도 소소하게 애들 사료 살 돈 보탠다는 생각으로
가끔씩 평화롭게 여행하시듯 카페 이용 부탁드립니다.

** 길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길에서 태어난 이웃이라고 간주하고
생명체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유해동물이라고 생각하시고 혐오하는 분들,
맹목적으로 고양이들만 소중하게 여기는 일부 캣맘들,
세상의 어느 분야든 어느 주제든 마찬가지겠지만
양극단은 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의견이나 반박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저는 대답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애초에 모든 댓글에 대응할 여유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회 1138

댓글 15
31

플라추
beginagain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해피엔딩이라 좋으네요. 쉽지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감사합니다. 카페 한번 가볼게요.
2024년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1
info

댓글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이예요.

플라추
수쪽이
청주시 청원구 율량.사천동

선한분 마음씨에 제 마음도 따뜻해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
플라추
삥뽕
전주시 덕진구 혁신동

가끔 타냥이랑 같이 보이던 애 같은데 뭔일이 있었던 건지...

1
플라추
솜털펀치햄찌
전주시 완산구 효자4동

아기 여기 갔구나 잘 됐다

1
플라추
브라이언
남구 삼산동

멋지네요 👍
고양이가 잘 생겼네요
녀석이 고집이 있을거 같아요
화이팅!

1
플라추
플라추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2가
작성자

구조할 때는 제가 전주대 근처에 살았지만 지금은 집을 삼천동으로 이사를 해서 삼천동에 글을 올렸었는데, 전주대 학생분들이 글을 볼 수 없을 거라고 하길래 효자동3가 와서 인증 받고 다시 올립니다. 삼천동에서 올렸던 글은 중복 방지로 삭제당했습니다. 그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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