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문장 안에 흥미를 끌지 ...

프로필

멀린
멀린
강남구 개포4동
매너온도
36.8°C
[Temptation, 건전한(?) 유혹]

“다섯 문장 안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 글은 망작이다.”
직장 사수 정 선배는 항상 두괄식 주제 서술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땐 그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범람하는 채널과 컨텐츠들 속에서, 살아남아 빛나는 건 결국 화제성보다 알맹이입니다.
문장은 알맹이 알사탕의 포장지를 까게 만드는 ‘유혹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꼬맹이시절, 동대문도서관에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이성 유혹의 스킬’로 오해해 빌렸었습니다.
글감을 찾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법을 생생하게 전해준 이야기였습니다.
응큼한 의도와 무지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잉태시켰습니다.
이후 읽었던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개성적 표현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자연스런 논리적 흐름을 알려줬습니다.
막막하고 착잡했던 글쓰기의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보 포레스트(Forrest Gump: Gump는 바보, 얼간이란 뜻. 참고: 바보 이반 - Ivan the Fool)에 나오는 ‘인생은 초콜렛 상자’란 말처럼, 어찌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게 삶인가 봅니다.
국민학생 시절엔 전투로봇을 만들어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홈런왕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중학생 땐 세상을 정의롭게 바로잡는 기자의 꿈을 꾸었습니다.
나이의 앞자리에서 1이 사라지며, 꿈은 돈벌이 중심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성우, 개그맨, 스포츠캐스터.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적은 밥이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기자처럼, 개그맨처럼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려고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경험은 생각지 못했던 멋진 초콜렛을 쥐어주었습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상상을 일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 닭 보듯 하는 어원풀이로,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집단지성이 훌쩍 크는 세상을 만드는 꿈입니다.
말을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아이들이 대치동 학원에 가지 않아도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같은 말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겪는 갈등을 줄여, 정치꾼들의 아전인수식 프로파간다에 놀아나지 않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젠장, 술이 덜 깼군요.
코로나시대, 혼집술은 위험합니다.
일이나 하렵니다.

*temptation은 ‘느끼다(to feel)’, ‘해보다(try out)’란 뜻의 라틴어 ‘temptare’에서 왔습니다.
해보고 싶게 만든단 소리입니다.
유혹(誘惑)의 한자는 ‘꾈 유’에 ‘헤맬 혹’입니다.
못된 짓 하도록 정신 못 차리게 꾀어낸단 의미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의 원제는 ‘On writng’입니다.
번역자가 어떤 분인지, 출판사의 의도를 남의 책 제목으로 잘도 갖다 붙이셨습니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책 ‘On writing’이, 한국에서 ‘how to temptate by writing’ 비슷한 제목으로 둔갑한 걸 알까요?
알고 있다면, 독자들을 어떻게 여길까요?
순박하고 응큼한 나 같은 녀석들을.^^;;

∙ 조회 129

댓글 6
1

멀린
데오도라
영등포구 신길제4동

혹시 초보 글쓰기 지도해보신적있나요. 생활일기나 취미생활 등 소소하게 쓴글 읽어보시고 수정 내지는 첨삭 봐주시면 좋겠어요.

1
멀린
옥덕만
송파구 송파동

아니 이렇게 좋은 글에 무댓이라니요. 감사합니다.

2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