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은 언제나 말한다
그거 조금 어떻게 한 것 가지고 뭘 다 지난일인데 아직도 그걸로 마음에 담아두냐며.. 상처받은 피해자를 소심하고 사회적으로 뭔가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용서를 구한 사람은 없는데 너그러이 용서하고 좋게 넘어가란다.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그만 잊고 서로 좋게 좋게 가자고.. 피해자는 그 아픔을 오랜시간 동안 잊지 못하고 괴로웠는데 그 아프고 괴로웠던 버티기만 해도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아무것도 아닌 하찮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한다.. 언제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 또는 주변인들의 그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그 배려없는 말들에 2차, 3차 피해를 입는다.. 용서해라, 잊어라.. 이런 허울 좋은 말들이 얼마나 더 피해자들의 상처에 또 상처를 덧입히는지 결코 자각하지 못한다. 그저 이 어색하고 뭔가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이 싫고 짜증나고, 실제로 일부 기억들이 소실되고 본인 위주로 축소되어 편집되었겠지.. 하지만 묻고 싶다.. 용서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기 전에 과연 피해자들에게 선처를 구하고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는가? 수십번 수백번이고 진심을 받아줄 때까지 충분히 반성하고 눈물로 호소하며 거듭 사과를 하였는가? 용서란 피해자의 자발적인 의지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강요로 억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언제나 잊는 쪽은 가해자 쪽이고.. 기억하는 쪽은, 잊지 못하는 것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다. 이러한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피해자도 잊고 싶었고, 잊으려 했을 것이고, 결국 잊는데 실패하고 또 실패하여 괴로운 시간을 보낸것일텐데당한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이 과거는 잊어라 언제까지 그럴거냐 다시는 그 일을 언급하지 마라, 이제 그만하면 됐다, 그만하라 말 할 자격이 있는걸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부재한 용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억지 용서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2차 가해를 낳는다.. 그건 1차 가해자만큼이나 폭력적이다. 언제나 괴롭고, 아프고, 슬픈건 피해자 쪽이다. 때린 놈은 당당하고 기억을 못한다. 맞은 놈은 항상 주눅들어 있고 지우고 싶은데 잊고 싶은데 상처가 너무 커서 못 잊고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외려 더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들도록 아프다. 가해자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감히 잊어선 안된다. 피해자는 빨리 잊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는 잊지 못한다. 주객전도의 현상.. 아무리 요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도록 불공평한 세상이다..
삼산2동·고민/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