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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골목 끝 라멘집 문을 밀었습니다. 따뜻한 수증기가 안경을 살짝 흐리게 만들자, 마음도 함께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유 베이스 돈코츠를 주문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면 삶는 소리와 국물 끓는 숨소리가, 마치 오늘 하루를 차분히 정리해 주는 배경음 같았습니다. 첫 숟가락. 간장의 담백한 짭짤함과 돈코츠의 깊이가 부드럽게 포개졌습니다. 느끼함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고소한 향이 앞장서서 입안을 정돈해 주더군요. 파는 아삭했고, 목이버섯은 쫄깃하게 식감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숙주 한 젓가락을 곁들이니 국물의 농도가 가벼워지며 리듬이 생겼고, 구운 차슈는 표면이 살짝 그을려 향이 먼저 오고 씹을수록 단맛이 번졌습니다. 김 한 장을 국물에 살짝 적셔 면과 말아 먹는 순간, 오늘의 피로가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면은 얊은 굵기, 탄력이 살아 있어 끝까지 퍼지지 않았습니다. 국물은 소유의 깔끔함이 중심을 잡고, 뒤에 돈코츠의 무게가 은근히 받쳐 주는 균형형. 덕분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부담 없이 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릇 바닥이 드러나자, 이상하게도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좋았던 점 - 소유의 담백함과 돈코츠의 깊이가 균형 좋게 어울림 - 차슈의 그을린 향, 숙주의 산뜻한 식감이 느끼함을 잡아줌 - 면 탄력 좋고, 국물 농도 과하지 않음 아쉬웠던 점 - 파가 푸짐해 초반 간간함이 살짝 강할 수 있음(간 약한 분은 미리 조절 요청 추천) 한 줄 요약 “소유의 선명함 위에 돈코츠의 온기가 얹힌, 하루를 다독이는 한 그릇.” 동네에서 담백하면서도 깊은 라멘이 그리운 날, 이 집 소유 돈코츠 한 그릇이면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겠습니다. 다음엔 돈코츠 본연의 버전으로 재방문 예정입니다.

라쿠라멘경기도 평택시 중앙2로43번길 20, 1층 (합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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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정렬
  • 동삭동·

    저는 라멘 본연의 맛을 느끼기위해 간거라 둘다 먹진 않았습니다만, 배추겉절이와 초콜릿도 같이 주십니다. 지금은 집에 와서 술 한잔 하면서 멜론과 오징어 안주를 섭취중입니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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