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겪었던 신기한 일
어제 병원 가서 피 뽑고 씨티 촬영하고 오늘 선생님 뵙고 오면서 생각나서 끄적여 봅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러 미국에 나갔다가 10년 정도 지났을 쯤 어느 날 오른쪽 갈비뼈 안쪽이 너무 아픈 거예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요. 미국에선 웬만큼 아픈 건 약으로 버티는 편이었는데 이건 뭔가 큰일인 것 같다 감지하고 다음 날 바로 병원엘 방문했어요. 그때까지도 계속 아팠구요. 그래서 씨티를 찍었는데 폐암이 의심된다고 해서 페트 검사를 또 받았어요. 근데 결국 암인 걸로 나왔고 폐암 1기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때 발견하기 힘든데 어떻게 온 거냐고 물어봐서 갈비뼈 안쪽이 아파서 왔다 했더니 절대 그럴 수가 없대요...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난 정말 아파서 온 건데... 신기한 건 병원 가서 검사 받고 거짓말처럼 아팠던 게 다 나았어요. 밤엔 더 아파서 잠도 잘 못 자고 그랬는데 뭘 한 것도 아니고 병원 가서 검사만 받았을 뿐인데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제가 아파했던 거 신랑도 다 지켜봤어서 갑자기 사라진 통증에 서로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그랬죠.. 그쯤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고(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신랑이 또 외동이라 나중에 다시 나오더라도 일단 정리하고 한국 가자 얘기가 돼서 급하게 한국엘 들어오게 됐고 저도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구요. 보라매병원에서도 1기 A1이라 저한테 운이 너무 좋다고 이때 발견하는 건 보기 드물다고 하셔서 또 얘기했지요. 통증을 느껴서 검사 받았다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 갸우뚱 하시더라구요ㅠㅎㅎ 전 무교라 신을 믿진 않지만 신이 없다고도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신이 있다는 증거도 없지만 없다는 증거도 없으니까요.. 근데 이 일 겪으면서 정말 신이 날 도와준 건가 싶었어요🥲 암튼 당시 만나이로 마흔도 안 된 내가 암이라니.. 처음 들었을 땐 당황스럽긴 했지만 슬프진 않았습니다. 그저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거든요. 지금이라도 발견된 게요. 수술은 잘 됐어요. 5년 동안 씨티 촬영하며 전이 여부 관찰 추적하는데.. 불안 속에 살고 있지만 수술도 잘 됐고, 모든 게 감사하답니다:) 당시 랑이가 큰 충격을 받았었고, 우는 모습도 처음 봤는데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꼭 완치 되어야 해요. 랑이 땜에라도! 아 그리고 참고로 전 담배 근처에도 가본 적 없습니다. 랑이도 담배 안 피우구요. 요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가 많이 위험하다고 해요. 제가 요리를 많이 좋아해서.. 자주 하기도 했고 특히 고기ㅜㅠㅠㅠ 저도 가족들도 모두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결혼을 일찍 해서 스무 살 때 했는데 20년을 거의 매일 고기 굽는 요리를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굽는 건 자제하는 편이고 너무 먹고 싶을 땐 하는데 하더라도 환풍기 켜고, 창문도 열고, 마스크까지 끼고 요리를 한답니다. 늘 감사한 맘으로 살긴 했지만 수술 후 소소한 일상이 더 너무 소중해졌어요. 모두모두 조심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행복은 늘 가까이에😊
신림동·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