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여기서 장전동 가는 지하철을 탈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나른한 오후에 생전 첨보는 그녀가 길을 물어본다. 마침 나도 하단에서 괴정으로 가기위해 서성거리다가 이 수많은 인파속에 내가 선택 된것이다. 횡단보도 건너서 조금만 위로 가시면 된다고 설명하다보니 등엔 배낭, 옆엔 조그마한 가방, 양손에도 각각 한 꾸러미씩 짐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힘들어 보여서 나도 같은 방향의 지하철을 타야하니 그중에 가장 무거운 짐을 달라며 앞장섰다. 그녀는 고맙다며 내 뒤를 따라왔다. 그곳에서 출발해서 세정거장 지나서 내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이는 82세인데... 거제도에서 막 도착했고 국민학교 동창들 모임에 갔다 오는 길이란다. 친구가 이렇게 막 싸주는데 거절하지 못해 다 들고 왔단다. 그리고 남들이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아주 은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삐죽하게 튀어 나온 이 병안에는 딸이 속이 안좋은데 아주 좋은 약초 우려낸 것이 들어있다고... 노인석에 앉자마자 내가 무거운 짐을 앞에 놓아두자 지하철안에서도 앞ㆍ옆에 앉은 분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한 은밀한 이야기만 빼고 똑 같은 말을 했다. 신기하게도 노인석에 앉은 전혀 모르는 분들은 82세 나이에 놀라고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서로 자질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내릴때 내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이 안 입던 이쁜 옷들을 거제도에 있는 친구에게 갔다주었더니 그렇게 좋아했다고 했다. 아마 달리는 지하철안 노인석은 전혀 모르는 분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지까지 갈 것이다. 울 어무이도... 지금쯤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 어제도 그제도 했던 이야기들을 무한반복 하고 계실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어제도 그 이야기 했잖어!!!" 그런 면박을 한 적이 없었다. 결말까지 다 알고 있지만 첨 듣는 것처럼 듣고만 있다. 이런 나도 간혹은 누군가에게 반복 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지 싶다. 그럼 그런 소릴 하는 순간 아마 늙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대저2동·일반·